1장. 비 내리는 수요일비가 오면 민우는 늘 같은 냄새를 맡았다.젖은 아스팔트, 오래된 종이, 싸구려 커피, 그리고 한 번도 제대로 불러본 적 없는 이름 하나. 다서. 그 이름은 그의 기억 속에서 언제나 젖어 있었다. 마치 오래된 필름에 묻은 물방울처럼, 손끝으로 닦으려 할수록 더 번져갔다.2026년 여름, 민우는 아직 취업 준비생이었다. 서른이 넘도록 합격 통보보다 불합격 메일을 더 많이 받았고, 방 한쪽에는 입지도 않는 정장과 오래된 문제집들이 먼지를 먹고 있었다. 그날도 면접에서 떨어진 뒤였다. 그는 비를 피해 신촌 뒷골목의 오래된 헌책방으로 들어갔다.책방은 이상하게 조용했다. 주인은 보이지 않았고, 천장에서는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만 났다.민우는 별생각 없이 책장 사이를 걷다가 구석에 쌓인 상자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