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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사라진 여름

1장. 비 내리는 수요일비가 오면 민우는 늘 같은 냄새를 맡았다.젖은 아스팔트, 오래된 종이, 싸구려 커피, 그리고 한 번도 제대로 불러본 적 없는 이름 하나. 다서. 그 이름은 그의 기억 속에서 언제나 젖어 있었다. 마치 오래된 필름에 묻은 물방울처럼, 손끝으로 닦으려 할수록 더 번져갔다.2026년 여름, 민우는 아직 취업 준비생이었다. 서른이 넘도록 합격 통보보다 불합격 메일을 더 많이 받았고, 방 한쪽에는 입지도 않는 정장과 오래된 문제집들이 먼지를 먹고 있었다. 그날도 면접에서 떨어진 뒤였다. 그는 비를 피해 신촌 뒷골목의 오래된 헌책방으로 들어갔다.책방은 이상하게 조용했다. 주인은 보이지 않았고, 천장에서는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만 났다.민우는 별생각 없이 책장 사이를 걷다가 구석에 쌓인 상자 하..

단편소설 2026.06.07

수첩 속의 나

수첩 속의 나1장비가 내리고 있었다.창문에 떨어지는 빗소리에 눈이 떴다. 알람이 아니라 비였다. 요즘 나를 깨우는 건 늘 비나 배고픔 같은, 약속도 책임도 없는 것들이었다.천장 한구석에 번진 누런 물자국을 한참 바라봤다. 지난봄부터 저기 있었는데 집주인에게 말할 기운도 없었다. 시계를 보니 오전 열 시. 일어나야 할 이유도 없고, 더 누워 있어야 할 이유도 없었다.그게 가장 견디기 힘든 종류의 아침이었다. 늦잠을 자는 것도 아니고 부지런한 것도 아닌, 그냥 시간이 나를 통과해 흘러가는 아침.취업 준비를 시작한 지 반년이 넘어가고 있었다. 그동안 넣은 자기소개서가 몇 개인지 세는 일도 그만뒀다. 처음에는 떨어질 때마다 술을 마셨고, 나중에는 떨어진 줄도 모르고 지나갔다. 합격 문자는 오지 않았고, 불합격 ..

단편소설 2026.06.07